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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확성기>, 1990년대, 동국제강() 기증

확성기(擴聲器)는 음성 신호를 증폭하여 원거리까지 전달하는 도구입니다. 철박물관 소장자료 <확성기>1990년대 후반 음향기기 제조사인 한미전자에서 생산된 것으로 추정되는 권총형 확성기이며, 이는 동국제강()으로부터 기증된 것입니다.

 

소음 속의 영웅, 1990년대 제철소를 누빈 <확성기>

 

여러분은 확성기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골목길을 누비는 야채와 과일을 파는 트럭 아저씨의 정겨운 목소리, 혹은 운동회 때 확성기를 들고 경기 시작을 알렸던 선생님이 생각나실지도 모릅니다. 여기, 조금 더 뜨거운 현장에서 안전과 업무의 순환을 지킨 특별한 확성기가 있습니다. 바로 동국제강()에서 기증한 <확성기>입니다.

 

쇳물 소리를 뚫고 울려 퍼진 목소리

제강 공장은 고철을 녹여 강철을 만드는 전기로의 거대한 소음으로 가득 찬 곳입니다. 옆 사람과 대화하기조차 힘든 이곳에서, 작업자의 안전을 지키고 공정 상황을 공유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이때 구원투수가 되어준 것이 바로 이 확성기입니다. 1990년대 후반 동국제강 현장에서 쓰였던 이 도구는 시끄러운 현장 소음을 뚫고 안전 지시를 정확히 전달하는 소통의 통로였습니다. 철박물관 야외 전시물인 <작업용 타종>과 함께 뜨거운 제강 현장을 책임졌던 주인공이기도 하죠.

 

작지만 강력한 기술, '트랜지스터'의 힘

이 확성기의 본체에는 '한미전자(HANMI)'라는 이름과 ‘HM-7000’이라는 모델명이 적힌 스티커가 붙어 있습니다. 비록 지금은 사라진 기업이지만, 1997년에 설립된 한미전자는 당시 자동차 오디오 증폭기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던 곳이었습니다.

한 손에 쏙! 권총형 손잡이 모양으로 만들어진 확성기는 급박한 현장에서 한 손으로 잡고 바로 말을 할 수 있었습니다. 또 휴대하기 편하도록 튼튼한 끈도 달려 있죠.

당시 기사에 따르면 한미전자의 제품은 열을 식히는 방열판이 작으면서도 효율이 좋아, 다른 제품보다 6배나 비싸게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고 해요.

라벨에 적힌 'TRANSISTOR(트랜지스터)'라는 단어는 옛날 방식인 진공관 대신 반도체 소자를 사용해 소리를 키웠다는 뜻입니다. 덕분에 크기는 작아지고 소리는 더 선명해졌습니다.

 

우리 곁의 확성기, 그 이상의 의미

확성기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우리 현대사의 장면마다 늘 함께했습니다.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 불의 제전에서 읍내 쪽에서는 벌써부터 틀어 대는 유행가 소리가 확성기를 통해 화차 고개까지 들려오고 있었다.’고 묘사하며 한국 현대사 격변기 속 확성기의 존재를 보여줍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속 계란을 파는 트럭에서는 "계란이 왔어요! 싱싱한 계란이 왔어요"라는 멘트를 확성기를 통해 골목 곳곳에 전달합니다. 이처럼 확성기는 우리 이웃의 삶을 연결해 주었습니다.

옛날 신문이나 잡지는 확성기라는 코너명을 만들어 세상의 중요한 이슈나 유명인의 발언을 전달하는 창구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당신의 목소리는 어디로 향하고 있나요?

동국제강 현장에서 전기로가 내뿜는 뜨거운 열기를 견뎌내며 작업자들의 안전과 소통을 책임졌던 이 작은 확성기. 지금은 박물관의 소장자료가 되었지만, 이 도구가 전하려 했던 것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심 어린 소통'입니다.

오늘 여러분은 어떤 확성기를 통해, 세상에 어떤 소식을 전하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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